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검찰 소환에 관한 소회

2017년 3월 10일. 광복 이래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박근혜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5, 6, 7, 8, 9대 대통령 박정희의 딸이다.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획득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알을 맞고 사망했다. 이후 약 30년이 흘러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탄핵되었다.

군수 기반의 경제개발 계획과 관치금융, 불투명한 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전 대통령의 딸이자, 또한 신화와도 같은 이야기들로 다수의 지지자를 가지고 있는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의 유일무이한 치적은 '새누리당' 창당을 통한 '보수 회복'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지식인들이 그를 구국의 영웅(혹은 신)으로 받들고 있는 바와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 재건의 여왕(실제 지지자들은 마마라고 했다)이었다.

2017년 3월 21일 오전 9시 30분을 즈음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했다. 탄핵설이 나올 시기에 몇 번에 걸쳐 검찰에 조사를 받겠다 혹은 특검에 조사를 받겠다 했으나 약속이 조기에 지켜지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조사를 받는다. 대통령 재임 중 조사를 받겠다 약속을 했으니 재임 기간에 지켰어야 했다. 그러나 자연인 신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늘 검찰 청사를 들어갔다.

박정희 개발독재 시기에 관한 학자들의 의견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경영학자들은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나의 학문적 소신에 따라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시스템을 망가뜨렸다. 어떤 측면에서는 창조와 한편에서는 파괴를 진행하였다. 자신이 만든 시스템과 새롭게 필요로한 선진 시스템 사이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부분은 대단히 아쉽다. 그리고 많은 아류들에게 진정성 있는 미래를 열어주지 못한 바도 참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위기 극복은 그런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핑계가 있어 보이고, 한편으로 지지자들에게 이유를 충분히 준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 국민을 속였다. 헌법을 성실히 수호하겠다는 의무를 어겼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할 유일한 이유다. 이외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삶은 한국 시스템을 기만하고 무너뜨리고 파괴하여 그 속의 가치를 자신의 수족들에게 나누어줬을 뿐이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말은 누구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말로 한정되어 생각할 수 없다. 공익을 추구했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공익을 추구하려 했다는 말도 진정성이 없다. 대통령은 공익과 사익의 구분을 두어서는 안되는 직위다.

대통령으로서 어떤 평가를 바라기는 이미 때가 늦었다. 국민은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쫒겨났다.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 박근혜의 시대는 종결되었다. 피의자 박근혜는 이제 13가지 죄와 그 이외의 밝혀지지 않은 일들로 본인과 동료들의 "죄 나눔"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국격은 떨어지고 국민들은 어려움에 처했다. 대통령 사기극에 놀아난 탓이다. 어떠한 노력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박근혜의, 오랜 기다림 속에 나온 말은 단 두 줄이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송구하다는 표현은 미안하다 혹은 죄송하다는 표현으로 순화되어야 한다. 송구는 마음이 두려워 답답하다는 뜻이다. 본인의 심경을 드러내지 말고 회복 불가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의 뜻을 보여야 한다.

성실히 조사하겠다는 말을 하기 앞서 지금까지 조사에 미온적인 본인 때문에 분열된 이 나라의 마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가 대통령이 아님을 인정한 듯한 오늘의 기록이 영원히 이야기될 것을 모르는 듯 하다. 단 두 줄의 말이기에 크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록은 단순할수록 오래 전해진다.

"국민 여러분들께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혀드린 점을 크게 사죄합니다."
"비록 제가 약속을 어기고 오늘에야 조사에 임하지만 최대한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화합하셔서 국난극복에 노력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이러한 기록을 가지기를 원했다.
아쉽고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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