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움과 조직. 왜 당신은 절망하나.

조직과 정의의 문제는 참으로 미묘하다. 과거 "악의 조직"에 관한 책을 쓰고 세계 정복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하는 책이 있었다. 다시금 물어보지만 과연 악의 조직은 정의롭지 못한가? 좀더 명확히 질문을 해 보면 악의 조직의 구성원은 정의를 얼마나 귀중하게 생각하는가?

전쟁을 하기 때문에 군인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어릴 때 많이 보았다. 흔한 논술 문제의 주제이기도 하다. 조직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 개인의 가치관에 위배되어도 정당성이라는 옷을 입혀 따뜻하게 마음을 녹이나? 정작 사람을 해치는 군인은 이런 정당성의 갑옷을 입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것은 직접 체험해 본 사람만이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는 일종의 위안이지 정당성을 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경영 현실에서 정의를 세우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가치를 연계하려는 뚜렷한 움직임이 보인다. 그러나 조직이 늙으면 힘이 없어지고 힘이 없으면 순응하듯, 정의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보일 수록 조직의 정의는 대세론에 밀린다. 이리하여 중요한 것은 바로 조직의 내성과 시대정신이다. 어느 정도 변화에도 조직의 기틀과 가치가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허용선이 투명하여야 한다.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가져야 흔들림이 와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변화주체자들 역시 시대 정신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변화를 시키려거나 변화의 대상이 되는 자 혹은 그 단위 조직 모두 조금씩 시대 정신의 부담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시대 정신이라는 것은 우리 세대 이후 세대를 위한 초석을 세우기 위해 현재 가진 것을 내려놓는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은가.

작은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기틀이 튼튼한 조직을 세울 때 우리는 비로소 정의와 조직 관계를 논할 토대 위에 있게 된다. 왜 젊은이들이 전세대의 악습을 되풀이 하고 정의롭지 못한 행태를 보이며 겉으로는 강하고 속으로는 두려움에 사로 잡히는지 안타깝다.

튼튼하여 혼자서 도저히 밀 수 없을 것 같은 벽조차도 많은 사람이 함께 한 걸음만 내딛는다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이 이치다. 우리 사회에 꺼지지 않는 시대 정신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젊은이들이 넘처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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