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님, 정년 축하합니다.

이준구 교수님 기사

교수님께서 교단을 떠난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도 참 빨리 지났습니다.

이준구 교수님의 미시경제는 쉽게 쓴 교과서가 인상적지만 정작 경제과학생과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칠 때 더럽게 불리한 과목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간고사에서 패망한 이후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다른 교수의 교과서와 강의노트로 공부한 뒤 기말고사 시험을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수업이 이준구 교수님의 핵심역량은 아니고 수업 중 카리스마와 속시원한 언변이 좋았습니다. 간혹 "헉..." 이러기도 했지만...

최근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정책 완화" -> "소비심리" 이렇게 됩니다. 부동산 경기부양정책의 기본 논리는 집값이 오르면 "부자된 느낌"을 받아 지갑을 연다... 뭐 이렇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인플레가 되어 명목 수입이 올라도 지갑을 연다도 말이 되고, 보너스를 받아 목돈이 떨어져도 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실상은 이렇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가계 대출 상환부담도 같이 올라갑니다. 봉급 생활자의 개인 가처분 소득은 더욱 더 줄어듭니다. 대출 없이 집을 사려고 해도 목표액이 올라가 자금을 축적해야 할 부담은 더 커집니다. 저축이자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니 쌓아놓은 돈이 인플레 때문에 가치 하락만 안되도 다행일 듯합니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상당한 중상층이라 일정 소비 수준을 유지합니다. 이들이 경기에 따라 소비 수준을 고무줄 늘이듯 바꾼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부자들이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느낌을 받는 현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시중자금의 단기적 유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스폰지처럼 이러한 효과가 흡수될 여러 유인들이 존재하지만 잘 할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소비심리를 높이려 한다면 다른 정책들을 병행해야 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준구 교수님 말씀대로 기업이 돈을 풀도록 독려하는 일도방법일 수 있습니다. 적절한 투자처를 찾아주고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소득안정성을 높이며 사내에 만연한 군대식 충복주의를 척결하도록 법을 정비하여 "뼈를 묻겠습니다" 이따위 말이 안나오도록 할 사람 없나요? 그리고 이 토대 위에서 성과를 임금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하는 배짱 좋은 CEO 없낭? 소비심리는 말이지요... 돈과 시장이 있어야 말이 되는 개념이랍니다...

반은 맞고 반은 우려스러운 정책들이 원래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원리원칙을 내세우는 이론가들과 각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나름 논리를 떠들고 정치가 이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마술을 부려 우리 사회를 소란스럽지만 즐거운 곳으로 만들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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