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pold FC900R 후기

기계식 키보드. 보통 사용하는 키보드는 멤브레인나 펜타그램 방식이다.

레오폴드의 FC900R은 이들과는 달리 "기계식"이다. 키마다 스위치가 하나씩 달려 있는 전통적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소유해 보았던 기계식 키보드는 모두 5가지였다. 이번 FC900R을 제외한 네 가지는: IBM Model M 5-1, Happy Hacking, Real Force 106, 레오폴드의 FC660M이다. 이 중에서 M은 오래전에 분양했고(벌써 10년도 전), Happy Hacking과 FC660M은 아시는 분에게 그냥 넘겼다. Real Force는 와이프에게 줬다.

FC900R을 구입한 이유는 Happy Hacking2가 영 마음에 안들어 구매를 포기하고 다른 고가 키보드도 썩 땡기는 것이 없는 마당에 가능한 쓸만하고 저렴한 녀석을 구해보자는 생각 때문이다.

10만원 초반에 팔리는 FC900R은 사실 단단한 맛은 거의 없는 밋밋한 기계식이다. 요즘 기계식은 게임 사용자들에게 많이 팔린다는데 게임을 위한 요소는 거의 없다. 생겨먹은 것도 아주 전통적이다. 3040 세대들은 XT와 AT를 사용하던 시대가 연상될 정도다.

스위치는 체리MX의 청축을 선택했다. 따따딱 찍히는 맛이 일품인 체리 스위치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선택이다.

FC900R은 백라이트가 들어 있어 분위기 연출에 좋다. 빨간색의 키 상판도 실물이 훨씬 멋지다.

무엇보다 이 키보드의 백미는 키캡의 품질이다. FC660M은 키캡 품질이 매우 나빴는데 FC900R은 이와 지극히 대조적이다. 이중사출 방식으로 내구성이 보증되고 손가락에 감기는 감촉도 부드럽다. 키 높이도 적당해서 모델 M에서 느껴지는 다소간의 이질감도 없다.

정전용량 방식의 해피해킹이나 리얼포스와 비교는 어렵지만 1/4 가격에 그 보다 더 훌륭한 타격감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다.

이 키보드를 일반 사무실에서 사용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생각보다 공간을 차지하고 타격 소리도 크다. 색깔도 화려하다. 맥 사용자도 사용 못한다. 해피해킹과는 달리 맥은 지원하지 않는다.

나처럼 사무실에 혼자 있거나 집에서 작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 키보드는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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