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 기어와 저단 기어

벨로스터 N을 타고 다닌지 벌써 1개월 하고 이주... 적산거리 3,700킬로미터를 찍었습니다. 여전히 재미나게 잘 타고 있고, 조만간 엔진오일 교환하러 차고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오늘은 기어 특성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연구실 나와서 잠이 덜 깬 상태라... 논문도 안써지고 사실 손이나 풀어볼까 해서 글을 적고 있습니다. 두서가 없어도 이해를...

벨N은 6단 수동 차량입니다. 6단? 사실 5단 차량이라 봅니다. 6단은 고속을 받아주는 의미만 있습니다. 커뮤니티 글을 보니 6단이 잘 안들어간다... 기어를 넣었는데 튕겨나온다 이런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1,2,3,4,5 그리고 6단 마다 다루는 방법이 전부 다 다릅니다. 그냥 클러치 넣고 기어 넣으면 기어가 들어가기는 할 것입니다만 출력 손실, 클러치 디스크 마모, 무엇보다 기어가 잘 체결되지 않는 문제를 겪을 것입니다. 제대로 잘 만든 벨N이니 잘 다뤄주는 것도 주인장 몫입니다. 기어의 단수마다 잘 대처해야 합니다.

1은 순전히 가속 기어입니다. 반클러치의 적정 RPM은 1800입니다. 이후 2500까지는 반클러치 유지하고 전개 동시에 4000까지 올리면 끝입니다. 이상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2의 반클러치 구간은 2500입니다. 1단에서 2단으로 기어를 변경하면 딱 이까지 떨어집니다. 반클러치는 거의 0.5초? 1초만에 체결을 완료하고 4500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이상태가 되면 시속 70정도 넘어섭니다. 1단에서 2단까지 옮겨가는 것은 대략 3~4초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1과 2단까지의 전개에 있어 Normal 모드는 RPM 하락을 좀 잡아주는 편이지만 스포츠나 N모드는 터보 걸어서 무조건 출력을 뽑는 설정입니다. 일상 주행에서 쓰기가 적합하지 않습니다. 차가 달리자고 하는 대로 달려줬다가는 앞차를 들이받을 지경입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RPM 전개 특성 무시하고 클러치 조작이 가능한가? 아뇨. 엄청 까탈스럽게 반응해줍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지? 이래도 된다고 생각해" 이러면서... 일단 오른손 기어봉에서 불만을 토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땀이 삐질삐질...

아.. 이래서 Eco 모드가 있습니다. 시내 주행에서 1,2단 출발하고 3단까지만 가려면 Eco 밖에 답이 없습니다. 1,2,3단 특성에 맞게 올려도 Eco모드면 그냥 2000씨씨 세단 모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아까 시속 70이라고 이야기했지만 2단에서 3단 올리기 직전까지 기분좋게 변속해도 딱 50km나옵니다. 이제 좀 살만해지죠. 앞에 차가 서 있고 신호등 켜지면 무조건 Eco로 가야 합니다. --___-- 아 까다로워...

일단 3단까지 올리면 3, 4단은 신세계입니다. 3단이 커버하는 범위가 아주 넓고 토크도 상당히 좋습니다. 이때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완전히 닫아고 다시 밀어넣어도 반응이 상당히 경쾌합니다. 어떤 때는 그냥 자동기어 차량 같습니다.

2단에서 3단으로 변속하는 적정 RPM은 4500입니다. 역시 고회전인데 4500에서 변속해서 코파면서 놀아도 4000밑으로 안떨어집니다. 기술만 좋으면 4500변속하고 거기서 딱 멈춰세운 다음 6500까지 전개할 수 있습니다.

4단의 적정 RPM은 3단과 마찬가지고 5단까지도 그렇습니다.

4단 5단까지의 변속 타이밍은 그냥 내키는대로 하면 됩니다. 가속 기어이기 때문에 그냥 바꾸고 밟아버리면 쭉쭉 올라갑니다. 다만 토크가 4단에서 5단 변속될 때 소실되는데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코너 탈출에서 4단은 못써먹는다는 이야기고, 대부분의 고속코너는 고RPM 3단으로 커버하고 탈출 직전에 풀가속할 때 4, 5단으로 끝까지(마음 같아서는 퓨얼컷까지...ㅋㅋㅋ) 올릴 수 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내년 봄 서킷에서...

이제 6단. 문제의 6단.

공식을 말씀드리지요. 5단에서 클러치를 밟는 순간 두 가지 상황을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 내가 스포츠 주행모드인가. 둘째, 다음 주행 시 어디까지 속도를 높일 것인가. 고RPM 모드라면 클러치를 밟고 바로 기어 올리고 그리고 밟는 속도 그대로 떼고 무조건 풀악셀입니다. 이렇게 쓰는 기어입니다. 만약 스포츠 주행모드가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100km 정도로 달리고 있다면(2000RPM 인근) [1] 클러치 밟는다 [2] 악셀을 살짝 밟아서 2200RPM근처까지 올린다. [3] RPM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기어를 넣는다. [4] 클러치 해제 이렇게 가야 합니다. 왕년에 오도바이 타던 사람들이면 다들 알고 있을텐데 오버드라이브 기어는 무거워요. RPM 보정을 해서 회전을 걸어놓고 기어를 움직여야지 안그러면 고생합니다. 너무 RPM을 올려놔도 안됩니다. 딱 2200까지만. 이렇게 하면 저속이지만 기어가 그냥 빨려서 들어갑니다. 헥헥...

둘째, 어디까지 속도를 높이려고 하나? 벨N은 5단에서 200km는 우습게 넘습니다. 널널하게 그냥 다녀도 160까지도 문제 없습니다. 3단을 2000RPM으로 시작해도 5단까지 140km까지 장난치며 올립니다. 그렇습니다. 토크 머신입니다. 터보차 주제에 터보랙도 안보입니다. 처음 사고 본네트 열어서 한참 넋놓고 '넌 누구니' 했었지요... 놀라운 놈입니다. 어쨌든 지금 5단에서 속도가 100킬로미터에 육박하고 곧 이 속도를 유지할 의미가 없다면 6단 기어로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오로지 고속이 유지되는 경우에만 6단으로 움직입니다. 우리의 왼쪽 도가니는 소중하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더 변속 기회를 줄여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농담입니다.

핵심은 6단 변속할 때 스내칭(아.. 오도바이가 아니니까 살짝 밟아쥐) 해서 RPM 보정하라는 는 이야기입니다.

벨N 기어가 잘 안들어간다? RPM만 맞춰서 잘 변속해주면 손을 데는 순간 그냥 빨려서 기어가 올라가고 특유의 '철커어억'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소리가 커서 '어? 뭐지 직결식?' 이렇게 했습니다. 아쉽게도 직결식 아닙니다(그래 도요타86 부럽다 이건). 그치만 제대로 다루면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은 필링을 선사합니다.

현대차가 벨N을 펀카(Fun Car)라고 말을 하는데 이 차는 잘 다뤄야 펀카입니다. 뭐랄까... LOL할 때 QWER 다 써서 콤보 날리는 리신을 잘 다룰 때의 느낌이랄까... 그냥 귀찮은 것 싫어하면 사면 안되는 차입니다. 아주 벨N님을 잘 모시고 서로 약속한 바 대로 잘 움직여줘야 차가 으흠흠흠 하면서 잘 돌아다녀줍니다. 안그러면? 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내려. 어. 내려. 문은 왼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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